우리의 이번 캄보디아 씨엠립 여행의 유일한 목적, 앙코르와트.
유일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곳이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일차원적인 이유뿐이었다.
앙코르와트에 관한 역사 관련 검색과 사전 조사는 없었으며 중앙 성소 출입을 위한 드레스코드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우리는 여행에 관련해선 low-key의,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율도 낼 필요 없이 우리가 설정한 그다지 높지 않은 기준을 충족만 시켜주면 되는 easygoing 한 여행자라서 이 조건을 가장 간편하고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는 프라이빗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제 사람 복작이는 단체투어로 돈을 아낄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렇게 저렴해지지도 않을 거다), 다들 일에 너무 치여있던 와중의 휴가라서 가능한 사람과의 소통을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에, 씨엠립에 도착한 첫날에 점심을 먹으며 다음 날의 투어를 클룩 (KLOOK)에서 예약했다.
앙코르와트하면 일출.
우리의 투어는 앙코르와트 일출 투어였고 우리 호텔로 아침 4시 30분에 픽업을 오기로 했다.
일출 투어를 가는 숙박객을 위해 호텔에서는 다음 날 앙코르와트 투어를 아침에 간다는 고객이 있으면 간단한 조식 세트를 포장해 주는데 이 걸 챙기지 않았으면 반나절동안 힘들었을 거다.
아직 밤과 같은 어둑어둑한 4시 30분, 4시 30분도 되기 전에 우리의 가이드님과 운전기사님은 이미 우리 호텔에 도착해 있었다.
다른 관광지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씨엠립은 숙소를 잘 잡으면 웬만한 곳은 그렇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이동이 가능한 것 같다 (발리처럼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다. 텅텅 빈 도로 아주 좋아요).
호텔에서 나와 십몇 분을 달려, 앙코르와트 티켓 오피스에서 앙코르와트 티켓을 구입했다. 티켓은 1일권, 3일권, 7일권이 있는데, 우리처럼 그렇게 샅샅이 둘러볼 열정이 없으신 분들은 1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앙코르와트 티켓은 티켓양도를 방지하기 위해서 인 것 같은데 구매하는 당사자의 사진을 찍어 같이 프린트를 해준다. 앙코르와트을 비롯한 다른 사원의 입구에서 티켓 검사를 하면서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는 걸 보니 무언가 예전에 있었던 걸까;
티켓 구매 후, 마지막일 수도 있는 (나름)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한 후 다시 차에 올라 앙코르와트 입구로 향했다.
캄보디아도 태국처럼 송크란 축제로 새해를 축하하는 곳이라 했다. 송크란 축제를 위한 장식이 한창인 입구를 지나 앙코르와트로 향하는 해자를 건넜다. 앙코르와트로 건너가는 기존의 석조다리는 현재 보수 중이라서 해외에서 기증해 준 부교를 건너갔다.
대략적인 일출 시간은 6시 전후, 앙코르와트 사원 뒤로 해가 서서히 올라오는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프라임 타임은 6시 10분 즈음이라고 했다.

30분 정도 전이면 나름 일찍 도착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나름의 사진 명당은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앙코르와트라고 하면 볼 수 있는 몇몇 인증샷 스팟이 근처에 있었지만 우리는 사진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우선은 일출을 보기 위한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새벽 4시에 일어난 보람이 있는 웅장한 일출이었다. 안 그래도 습한데 일출과 함께 점점 더 찜통처럼 더워진다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한번쯤은 볼만한 일출이었다.
아마 지금이 앙코르와트를 방문하기 딱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싶었다. 중앙 성소는 한 번에 1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는데 펜더믹 전에는 중앙 성소에 올라가기 위해서 줄을 서서 대기를 한참 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4월 초에는 아직 해외 관광객들이 그렇게 돌아오지 않아서일까? 땡볕 아래의 무한 대기 없이 바로 가파른 계단을 등반해 중앙 성소에서 내려다보는 앙코르와트의 전경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반나절 정도 진행되는 프라이빗투어는 앙코르와트를 포함해서 4곳의 사원을 둘러보는 투어였다 (앙코르와트의 사제분의 축언이 포함된 투어였는데 우리는 따로 또 도네이션을 했다).
앙코르와트 투어 후, 출구 근처에 있는 노상 커피 스탠드에서 (주스도 팔아요)에서 호텔에서 준비해 준 간단한 조식을 먹고 나무가 사원을 타고 올라가는 타프롬 (Ta-Prohm), 얼굴이 묘사된 석상으로 유명한 반티에이 크데이 (Banteay Kdey), 바이욘 (Bayon Temple)에도 들렸다.
날씨가 너무 무덥고 햇볕이 따가워서 투어 막바지에는 가이드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사진을 그다지 찍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사람들을, 꼭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곳에서는 끌어다가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어주고 각 사원에 관한 설명 외에도 캄보디아 근현대사 (이 설명이 왜 나왔냐면, 작은 사원들의 입구에는 캄보디아 내전 시대에 매설된 지뢰로 인해 팔다리를 잃으신 분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계셨다)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반나절 투어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새벽같이 호텔을 나서 돌아와 보니 늦은 점심시간이었다 (투어는 클룩에 나와있는 대로 한 9시간 정도 소요된 듯).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오후 내도록 호텔 수영장에 앉아있었는데, 캄보디아에서 돌아온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팔이 익어있는 걸 보면 정말 더운 시기에 방문하긴 했나 보다.
⭐여기서부터 미래의 재방문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에 공유할 수 있는 꿀팁.
- 이 포스트에서 언급된 투어는 영어 투어였다. 혹시 한국어 투어를 원하실 경우에는 알아보시면 비슷한 게 있을지도?
-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출입을 위해서 드레스 코드가 있다. 어깨가 덮인 옷을 입어야 하고, 무릎 위로 올라가는 하의는 NG.
- 위의 사진처럼 석조 사원들이라 색이 톤 다운되어 있다. 밝은 색의 의상을 입으면 사진을 잘 받을 듯.
- 더운 날씨이긴 하지만 엄청 걸어야 하고, 돌과 흙으로 된 곳을 계속 걸어야 하니 샌들보다는 운동화를 추천.
- 부채나 손풍기가 있으면 좋다. 개인적으로는 여차하면 햇볕을 가릴 수도 있는 부채가 좋았다.
- 덥다, 너무 덥다. 주변이 해자라서 습도도 장난 아니다. 땀이 잘 흡수되고 금방 마르는 재질의 옷을 추천.
- 앙코르와트 말고, 다른 사원들 (위에 언급된 세 곳) 에는 곳곳에 박쥐가 살고 있는 곳이 있다. 배설물 냄새가 장난 아님 (필자는 바로 손수건으로 입 막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 인증샷이 중요한 분들은 담당 가이드님에게 이 사진과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미리 말하는게 좋을 것 같다. 한 번 지나간 곳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 가이드님은 인증샷 중 하나로 유명한 앙코르와트 탑 세 곳이 창문 -다들 이 창문에 앉아서 찍는 듯?- 밖으로 보이는 도서관은 그냥 설명만 하고 지나가셨다).
-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에 올라가지 못하는 날이 있다. 한국의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닌 캄보디아의 부처님의 날 (Buddha's Day)에는 부처님 동상보다 위로 올라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중앙 성소 출입이 되지 않는다. 이 날은 캄보디아 달력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는데 잘 모르겠다면 투어 에이전트/호텔에 문의해 보는 걸 추천드린다.
- 화장실다운 화장실은 티켓오피스에서만 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화장실 갈 일이 없기도 했다.
- 지속적인 수분 공급. 완전 중요. 투어에 물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작은 병이긴 했는데 몇 병을 마셨는지...
- 투어 비용에는 가이드님과 운전기사님의 팁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무더운 날씨에 고생해 주셨으니 약간의 팁을 챙겨드리는 게 좋다 (티다, 야아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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