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싱가포르는 공휴일이 금요일에 붙은 긴 주말이었다 (Good Friday, 이스터 -부활절- 주말의 금요일이 공휴일).
정신없는 1분기를 보낸 포상으로, 또 정신없이 바쁠 2분기를 버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려고 친구들과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싱가포르에 15년 가까이 살면서 캄보디아는 처음이었다. 주변에도 유럽이나 미국 출신 친구, 동료들 몇몇 말고는 캄보디아를 다녀왔다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들 중에서도 최근에 다녀온 사람은 없었다) 정말 제대로 된 정보, 팁 하나 없는 맨땅의 헤딩 같은 여행이었다.
비행기 티켓은 구정쯔음 일찌감치 구매했는데, 나를 포함한 같이 여행 가기로 한 친구들이 모두 정신없이 바빠서 뭘 검색해 볼 짬도 없이 우선 비행기, 호텔 예약, 비자 유무만 확인하고 출발 당일 공항에 모였다.
우리는 보통 환전을 공항에서 하는데 캄보디아 통화로는 캄보디아 국외에서는 환전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출국 수속을 마치고 환전소에서 알게 되었다. 같은 동네에 있는 동남아에서도 그러니 한국에서도 캄보디아 통화로는 환전이 안 되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있는 미국 달러를 가져왔지!라는 후회를 하며 우선 캄보디아에서 자국 통화와 같이 쓰인다는 미국 달러로 약간 환전을 했다.
싱가포르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은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비행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이것도 비행기 타서 알게 됨).
현재 운영 중인 씨엠립 국제 공항은 정말 작은 공항이라 탑승교 따위는 없었다. 공항에 인접해 착륙하면 탑승교 대신 계단으로 내려서 걸어서 공항으로 들어가는, 다른 동남아의 작은 공항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말레이시아 르당에서도 봤었다).
캄보디아 도착비자
입국심사장으로 들어가면 비자 면제인 아세안 국가의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도착비자를 구매해야 한다.
도착비자 발급을 위해 여권 사진이 한 장 필요하다는 정보도 있는데, 내가 이번에 입국할 때에는 사진을 요구하지 않았다. 나는 여권에 늘 여권 사진을 한 장 끼워둬서 필요하면 쓰고 아니면 말고였었는데, 캄보디아 입국하실 분들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여권 사진은 한 장씩 가지고 가는 것을 개인적으론 추천드린다 (사족이지만, 나와 같이 도착비자가 필요했던 친구가 비행기 이륙 전 급하게 검색한 정보 중에는 여권 사진이 없을 경우엔 $5를 지불하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캄보디아 도착 전, E-비자를 신청해서 발급받는 옵션도 있는데, 위에 언급한 대로 여행 전 너무 정신이 없었던 지라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구매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이곳의 E-비자 발급 시스템과 개인정보 관리를 신뢰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입국심사장으로 들어가면 바로 도착비자 카운터가 보이는데 시스템이 약간 웃겼다.
사람들이 은행 카운터처럼 옆으로 쭈르륵 앉아있는데 각자 맡은 역할이 달랐다. 맨 처음 카운터에서 여권을 수거해가고 옆 카운터에서 도착 비자 비용을 지불, 가장 끝 카운터로 가세요라는 안내에 끝 카운터로 가서 기다리면 여권 주인을 부른다 (나는 사우스 코리아라고 불렸다, 한국 사람이 나 밖에 없긴 했지). 도착 비자를 붙인 여권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여권을 수거해 간 앞 카운터와 끝 카운터 사이에 앉은 직원 분들이 열심히 여권을 옆으로 넘기며 비자를 붙이고 스탬프를 찍어주신다 (공장처럼 딱 자기가 맡은 작업만 하는 모습이 모던타임스의 공항버전 같았다). 이렇게 옆 카운터로 가세요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미국 달러 $30에 한 달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게 된다.
몇 년 만에 보는지 모르겠는 여권 페이지 한 면을 전부 차지하는 비자로 입국을 하고 나면 입국장을 나서기 전에 환전소가 보이는데 여기서 우리는 또 살짝 고민을 했다. 여기 돈 (캄보디아 리엘)으로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 결과적으로 우리는 캄보디아 통화로 환전을 하지 않고 미국 달러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캄보디아 환전 - 미국 달러 & 캄보디아 리엘
호텔에서 픽업 온 차로 이동하기 전에 공항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쇼핑했는데, 가격표가 미국 달러와 캄보디아 리엘 두 가지로 표기되어 있었다. 미국 달러로 지불하면 $1달러 단위 까지는 미국 달러로 잔돈을 받았는데, 그 아래는 캄보디아 리엘로 돌려준다.
이때부터 지갑 속이 엉망진창이 되어가는데, 이건 캄보디아 체류 내도록 그랬다 (가게에 따라선 미국 달러로 잔돈이 없을 때엔 $5 아래론 전부 리엘인 적도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물어보니 4월이 한 해 중에 가장 덥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캄보디아에 있는 기간 중, 씨엠립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방콕의 체감온도가 50도였다고 하니 씨엠립의 40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이 날씨가 너무 더웠고, 이런 날씨를 이유로 그리고 우리가 앙코르와트 말고는 가려고 정해둔 곳이 없어 호텔 밖을 잘 나가지 않는 바람에, 현금을 쓸 일이 별로 없었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요금은 전부 룸 차지로 달아 체크 아웃할 때에 호텔 예약 비용과 함께 신용카드로 지불했기 때문에 3박 4일 동안 호텔 밖에서 식사를 한 3번을 제외하곤 현금을 쓴 것은 앙코르와트 티켓을 구매할 때뿐이었다 (앙코르와트 개인투어는 온라인 구매였고, 가이드 팁 비용 별도로 미국 달러로 드렸다).
여행이 끝나고 미국 달러가 남으면 이 건 가지고 있다가 다음에 어딘가를 여행할 때에 사용하면 되지만 캄보디아 리엘 잔돈이 많이 남은 채로 여행이 끝나면 곤란하다. 이건 캄보디아 밖으로 나가면 환전해 주는 곳이 없고, 다시 캄보디아로 여행 올 예정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이 경우로, 이제 캄보디아 여행은 다 했다) 캄보디아를 뜨기 전에 털지 않는다면 얘는 그저 쓸 수 없는 장난감 돈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날 체크아웃 전에 호텔 팁 박스에 남은 캄보디아 리엘을 다 넣어버렸다.
내가 만약에 다시 캄보디아에 가게 된다면,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곳에서는 신용카드를 주로 쓸 것 같다.
미국 달러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자국 통화로 환전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지만 잔돈으로 받게 되는 자잘한 캄보디아 리엘을 사용하기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1가 4,000 캄보디아 리엘로 통용되는데, 센트대신 받는 잔돈들이 100 리엘 단위이기 때문에 (잔돈이 100짜리 몇 장, 500짜리 몇 장, 1,000짜리 몇 장 이렇게 생긴다) $1 맞추겠다고 리엘 뭉치를 뒤적이다 보면, "아, 그냥 달러로 지불하자"가 돼버린다 (그리고 리엘은 누군가의 팁이 돼버림).
그리고 미국 달러는 집에 있는 작은 단위를 싹싹 긁어모아 가시는 걸 추천드린다. $50짜리 지불은 앙코르와트 티켓 카운터, 레스토랑에서는 문제없지만, 다른 곳에서는 $10 미만 단위가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미국 여행/출장 후 집에 쳐 박아둔 $1, $2, $5 단위는 여기선 없어서 못 쓰는 중요한 지폐였다. 센트 단위 동전은 통용되지 않는 것 같으니 가방 무겁게 센트는 가지고 가지 않으셔도 되겠다.
혹시 나는 신용카드 안 쓰고 현금을 쓰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매일 외출하시기 전에 리엘 뭉치들을 1,000 혹은 2,000 단위로 묶어두는 걸 추천드린다 (25센트, 50센트). 그럼 우리처럼 뒤적뒤적하다가 지쳐 달러로 계산하는 시간낭비를 하지 않으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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